Culture/Film

몽 루아

sleepiggy 2017. 3. 7. 00:14


말로만 듣던 뱅상카셀의 연기를 처음 봤다. 외모도 연기도 인상깊었다. 하지만 정말 압권인 것은 엠마누엘 베르코의 연기였다. 이성을 잃은 사랑 때문에 처참히 망가져 가는 모습이 마치 실제 인물인 것처럼 연기했다. 2시간 짜리 영화 안에서도 그녀는 엄청 나게 지적인 여자였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여자였다가 사랑을 하는 여자의 모습이 농후하게 녹아나왔다. 장면에 따라 얼굴 자체가 달라져 보였다. 어떨때는 추하고 어떨때는 아름답다가 어떨때는 처량했다. 사람들은 제각기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기로 그것이 바뀔 수 있다는게 신선한 충격이였다. 

가슴으로 끌렸기 때문에 시작한 사랑이지만 이성적으로 어우러질 수 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파국에 이르게 하고 있는 내용이다. 뒤통수를 맞은 듯 했던 남자주인공의 말이 있다. 

"너도 그런 나에게 끌렸잖아. 나와 헤어진다고? 결국 나 같은 사람한테 끌리게 될거고 그것때문에 헤어질거야."

맞는 말이다. 여주인공 토니는 모든 것이 쉽고 마음가는 대로 살아가는 가벼운 남자 조르조에게 매력을 느꼈지만 그것 때문에 파괴되어 갔다. 그녀는 행복할 수 없는 운명인걸까? 그녀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그를 끊어낼 수 있었을까? 하지만 조금 더 성숙했다면 사랑을 덜 느끼지 않았을까? 그는 정말 그녀를 사랑했던 것일까? 그닥 힘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여자와 다른 방식으로 아파했던 것일까? 단지 사랑의 무게에 대한 차이였을 뿐일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생각나게 한다.) 

엔딩 장면에서 1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서로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자신을 그 정도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었던 사람에게 또 다시정을 느끼는 토니를 보면서 갑갑했지만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라 안쓰러웠다. 그리고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말에서의 그들은 한단계 성숙해져 있었다. 서로의 사랑의 무게가 진짜 이별을 하고나서야 맞춰졌던 것 같다. 안타깝지만 그런게 사랑인지라 그 둘은 그 다음의 사랑에서 더욱 성숙한 사랑을 할수 있으리라.

최근에 정말 감명깊게 보았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도 그랬고 프랑스 영화는 감정 표현이 정말 섬세하다. (프랑스 영화를 본 게 몇 없기 때문에 가지는 섣부른 일반화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배우가 잘 살린 이유도 있겠지만, 특정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들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충분히 납득할만한 상황과 설명을 나열하면서 그 감정들이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이 그렇듯.  프랑스인들은 사랑 이라는 주제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묘사하는데도 탁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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