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Film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sleepiggy 2010. 10. 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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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평소 로맨틱코미디나 시시한로맨스 같은 것을 영화관에서 보는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였다.
치밀한 스토리, 긴박감, 탄탄한 구성, 깊이있는 내용.
이것이 나에게 좋은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이였다.
로맨틱 코미디란 깊이도 없고, 잠시 유쾌하기만 할 뿐 메시지도 없고, 그저 킬링타임 영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나였다.
나는 점점 변해가는 듯 하다.
요즘들어, 점점 가볍고 기분좋고, 유쾌하고 미소와 웃음을 자아내는 영화를 너무너무 보고 싶던 나였다.
이런 것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는
일상에서 이런 기분좋은 소소한 기쁨과 행복함과 따뜻함 을 느끼는 게 힘들어 영화를 통해서라도 느끼고 싶어 자꾸 찾게 되는 것 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밤, 터미널 같은 로맨틱코미디, 기분좋은 로맨스 영화가 너무나 보고 싶었다.
마침,
오랜만에 영화관에 갈 기회가 되어 시라노를 심야영화로 보게 되었다.


처음 포스터를 봤을때, 핑크빛 포스터에 '연애조작단' 이라는 글귀가 너무 유치해 보여 안봤던 영화인데
내 생각과 달리 좋다는 말들이 많아서 기대하고 보았는데, 괜찮은 영화였다.
시라노
처음에 무슨 말을 줄여쓴거지 어디서 지어낸 어떤 말이지 궁금했는데
'시라노 드 벨쥬락 (Cyrano de Bergerac)' 라는 프랑스의 희곡이라고 했다.
시라노 라는 백작이 사랑 하는 한 여인이 있었는데, 자신의 추함 때문에 그 여자 앞에 나서지 못하고,
그 여자를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대신 연애편지를 써주어 사랑을 잇게 해 주는 내용의 희곡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모티브를 따와서 '시라노'라는쥐도새도 모르게 사랑을 이어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다.


시라노가 사랑을 이어주는 것을 보면서 저것은 이미 끝이 보이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하는 데 있어, 상대를 거짓으로 대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신뢰를 잃은 것이고 그것은 사랑이 아닌 것이다.
이 영화에서 말한 것 처럼.


믿음과 소망과 사랑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사랑이오.
믿지 않아서 사랑하지 않는것이 아니고 사랑하지 않아서 믿지 않는 것이다.
이 대사를 듣고 난 참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믿음 뿐만 아니라 이해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해 할 수 없어서 사랑할 수 없는게 아니라, 사랑하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기 이전까지 다른 삶을 살아왔던 두 사람이 만나서 지내는데 모든 것이 척척 맞을 수는 없다.
다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고.
그래도 사랑하면 서로 다른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고, 틀린 것을 함께 고쳐가는 것이고
그렇게 사랑을 하는 것이리라.


영화가 생각보다 시시하거나 얕지 않아서 좋았다.
극중 과거의 연인이였다가 믿음이 깨져버려 헤어지게 된 연인에게 큰 상처를 받고 살아가던 여주인공이
진실한 사랑으로 치유되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최다니엘의 어수룩하고 반쯤 나사가 풀린 듯한 연기도 너무 좋았고,
예쁜 이민정도 너무 좋았고,
시라노가 짜는 극본들을 보면서 여자의 마음을 참 기막히게 잘 안다 라는 생각도 했다.
엄태웅의 사랑을 보며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술 먹고 치근대는 주사를 가진 놈은 뿌리부터 나쁜놈이라는 생각도 했고
오랜만에 영화를 봐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흐 좀 더 달달 하고 기분 좋은 영화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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