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Book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sleepiggy 2017. 2. 5. 17:59


근래 읽은 철학 책 중에 실제 행동 지침을 가장 명확히 제시한 책이다.

지금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 주고 싶다.


삶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 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답을 찾기 어려워 점점 더 무기력해 져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인생의 의미들은 생각하는데 있지 않고 실천 하는데 있다고 강력하게 어필한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인간의 내면이나 그의 정신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p.183) 

나는 계속 속으로만, 나에대해서만 깊이 더 깊이 파고 들어갔고, 그럴수록 내 삶은 더욱 풀리지 않는 의문같았는데, 이 부분에서 내 머릿속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였다.

이런 면에서 제3학파인 로고테라피는 매우 실용적이다.


이 로고 테라피 중 아주 흥미로웠던 정신 치료 기법이 하나 있었는데, '역설의도(paradoxical intention)' 라는 것이다. 오히려 의식하면 할수록 못하게 되는 것을 이용한 치료 기법이다. 좋아하는 사람앞에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의식하면 오히려 그것이 더 좋아하는 티를 내게 한다. 이 때 생각을 달리 하여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여주겠어!' 라고 하면 오히려 상대방 앞에서 하는 행동들에 부자연 스러움이 없어진다. 매우 흥미롭지만 그럴싸한 이론이다. 또 다른 예는 잠이 안 올 때 '왜이렇게 잠이 안올까?' 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잠이 안 오는지 보여주겠어!' 라고 마음을 먹으면 오히려 잠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래서 을 못자면 어쩌지? 라는 걱정에 쉽사리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용기가 필요한 방법인듯 하다.)



이러한 실용 치료 기법들이 후반부에 많이 소개되었는데, 초반의 수용소에서의 경험 보다 뒤에 로고테라피에 대한 설명 자체가 훨씬 더 흥미로웠다.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책 이였다. 다른 저서들도 읽어보고 싶다.



최근에 읽은 "괴물의 심연"도 그렇고 정신의학, 뇌의학과 관련하여 인간의 성격 형성에 대한 개념은 최근 많이 반전되고 있는 듯하다. 유전자나 환경과 같이 바꿀 수 없거나 이미 지나온 것들에 의해 인간의 성격이 정해진다는 개념에서 앞으로의 삶이나 환경에 의해서 인간의 성격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쪽으로 말이다. "괴물의 심연"에서 말하는 환경 유전자나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로고테라피는 그런 면에서 같은 맥락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에는 인간에 대한 박애가 깔려 있어서 좋다.


그리고, 인간의 가치에 대한 두 패러다임을 비교 하는 것이 인상에 남았는데,

인간의 가치를 효용성에 의한 가치 / 존엄성에 의한 가치로 나누며, 효용성에 의한 가치로 인간을 평가한다면 나치가 한것과 같이 병들고 약하고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가치한 사람이 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존엄성에 의한 가치로 사람을 본다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존중하게 되고, 노인을 공경할 수 있는 관점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책의 극후반부의 설교하는 말투는 약간 반감이 들뻔 했지만 전체적으로 정말 실용적인 책이였다.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스피노자의 <윤리학>


"인생이란 치과의사 앞에 있는 것과 같다. 그 앞에 앉을 때마다 최악의 통증이 곧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새 통증이 끝나 있는 것이다."

비스마르크


"두번째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막 하려던 행동은 첫번째 인생에서 그릇되게 행동했던 바로 그 행동 이라고 생각하라." p.237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 상태에 있을 때 건강하다. 그 긴장이란 이미 성취해 놓은 것과 성취 해야 할 것 사이의 긴장, 현재의 나와 앞으로 나 사이의 긴장이다."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