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문체가 쉽게 읽혀지는 편은 아니어서 초반 몰입은 힘들었지만 중반부 이후로 갈수록 꽤나 잘 읽혔다. 신선한 주제였다. 역사를 한 개인의 인생사로 축소시켜 그 속성을 말해주고 있다.
요즘 기억의 신뢰도에 대해서 회의감이 많이 든다. 기억 하는 것 자체도 힘들지만 없던 일을 기억하기도 하고 기억을 내 마음대로 해석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깨닫고 있다. 이 책은 그 포인트를 잘 짚어주고 있다. 함부로 단정하지 말고 확신하지 말자.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p.34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 입니다." - "그게 또한 패배자들의 자기기만이기도 하다는 것 기억 하고 있나?"
"시간이란... 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 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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