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2017.08 강원도

원주 - 횡성

sleepiggy 2017. 8. 17. 00:25

유난히 맑았던 한 여름날.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그림처럼 뿌려져 있어 괜시리 더 설레고 기분 좋았던 출발.

아침 9시즈음 출발했는데, 역시나 막힘. 차안으로 내리쬐는 햇볕은 뜨거웠지만 오랜만에 차를 타고 나와서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 돌아오는 길의 막힘은 조금 힘들었다. )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첫번째 행선지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800년된 은행나무 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형이 아름답다는 은행나무이다.

차를 운전하기 시작하고, 직접 운전하여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을 때부터 가고싶었던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못지않게 감탄을 자아낼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가진 곳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래서 차로 처음 여행 생각을 하였을 때도 그런 곳을 찾았었는데, 아주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 하나가 반계리 은행나무였다.

점점 은행나무와 가까워지면서 느낀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거야?' 였다. 네비게이션이 그냥 시골마을 한 가운데에서 뚝 끝났는데, 표지판도 없었고 길이 닦여 있지도 않았다.

차 한대가 겨우 다닐법한 길을 굽이 굽이 지나서 언젠간 보이겠지 하고 들어가니 떡 하니 나타나는 은행나무.


정말 아름답게 자랐다. 강릉이나 양평에도 몇백년된 은행나무가 있지만 가지들이 위로만 대중없이 여기저기 뻗어있는데, 반계리 은행나무는 좌우로도 풍성하게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수형도 멋지지만 나뭇잎 자체도 모든잎이 너무나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수많은 뱀들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것 같은 밑둥치의 뿌리또한 장관이였다. 이 큰 나무가 빨아들이는 에너지를 감당하려면 아마 이 마을 전체에 뿌리가 닿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단한 생명력이 뿜어져 나왔다. 8월에 보아서 녹음이 무성한 모습을 보았는데,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만 남은 모습또한 흥미로울 것 같다. (앞의 설명에 이 은행나무의 잎이 아래부터 위까지 한번에 다 물들면 풍년이라는 속설이 있었다고 한다. )

한 여름이였는데 그늘 아래에서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 울타리 밖에서만 보았다.)

이 나무가 여태 이렇게까지 멋지게 자란 데는 사람손이 안 탄 이유도 있을 듯 하다. 아니면 오히려 지극한 정성의 관리가 있었기 때문일까? (속단하고 싶지 않다.) 전혀 관광지라고 생각할수도 없을 만큼 길이 닦여 있지도 않았고, 여기에 머무른 1~2시간 동안 사람을 한명도 보지 못했다. 이렇게 멋진 곳을 찾아 오지 않다니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낫겠다 싶었다. 







(사람과의 크기 비교를 위해 친구가 찍힌 사진을 어쩔수 없이 넣었다.. 내가 찍힌 사진을 받으면 대체 해야겠다.) 





함포고복

이제 허기진 배를 이끌고 한우를 첫끼로 먹자고 해서 횡성의 함포고복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만난 운치있는 건물의 외관. 예감이 좋다. 






함포고복은 정육 식당이라 카운터 앞에 있는 냉장실에서 소고기를 고르고 계산후에 자리에 앉는다. 반찬값은 8천원. (2인이였다. 인당으로 받는지는 잘 모르겠다.) 

토요일 오후 2시 즈음 간것 같은데 줄서지 않고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투쁠 한우는 없었고 원쁠만 있어서 채끝과 살치살을 고르고, 버섯도 골랐다. 




일단 채끝. 사진이 이것밖에 없어서 더 올리진 못하는데, 채끝도 살치살도 평소 집 주위에서 먹을 수 있는 한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아니 이 근처에서 더 유명한 곳을 가면 더 맛있을 것 같았다. 대신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였다. 각각 250g 정도였는데 합쳐서 8만원 정도였다. 둘이서 고기로 배불리 먹고 밥까지 먹으면 10만원 정도 나오는 가격 이였다.


함포고복에서 소고기보다 더 인상깊었던 것은 삼삼한 맛의 밑반찬들과 버섯이였다. 버섯에서 나오는 물에 버섯향이 가득했다. 심지어 새송이버섯까지 버섯물이 새어나왔는데, 거기서도 버섯향이 뭉근하게 났다. 옥수수로 만든 샐러드 드레싱과 유자로 맛을 낸 나물 또한 맛있었다. 아! 동치미도! 

제일 맛있었던 것은 한우 차돌 된장찌개 였는데, 된장찌개가 탁하지 않고 맑은데 짜거나 달거나 하지 않고 시원해서 국물까지 싹싹 먹었다. 

마지막에 나오면서 먹는 식혜까지 알맞게 달았는데, 내 입맛에는 강원도가 딱인가보다 할 정도로 함포고복의 모든 음식들이 너무 입에 잘 맞았다. 

쓰고 있자니 입에 침이 고인다.. 



주차장에서 만난 새빨간 고추잠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