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Book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민음사)

sleepiggy 2017. 3. 15. 00:21

짧지만 강렬하다. 아큐정전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새롭고 강렬한 느낌이다.


방황 하는 한 개인의 자전적 심리묘사가 내용이다. 사춘기를 넘어서 성인인 그 누구라도 한번쯤은 느끼는 나의 쓸모는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과 허망함, 자신이 기대한 세상과는 다른 현실에 대한 두려움 등이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주인공은 정말 인간으로서 실격 이였을까? 주위에 보면 유달리 사람을 퉁명스럽게 사람이 있는데, 오히려 그 속이 따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주인공 요조도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너무 순수해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를 미치게 하는 것. 악의 없이 마음가는대로 몸가는 대로 행동할 뿐 죄는 없는 사람. 어릴적부터 억압되어 살아온 경험과 그 이후에 가장 가깝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무시, 자신이 이익을 모두 셈하면서 자신의 호의를 부풀리려는 넙치. 그나마 정을 붙였던 여자가 강간당하는 것을 목격 한 것 등 그가 세상으로부터 배신당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왜 이런자가 미친자, 인간으로서 실격된 정신병자가 되어야 할까. 이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다.사람을 쉽게 믿으면 겁탈을 당하고, 친구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인간 실격에서 묘사하는 사회는 그런 것이고, 주인공은 착하게 살라는 마음속 자아와 사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왜 선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정신병자,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책 말미에도 나왔듯이 남이 보기에 그는 그냥 순수하고 착한 사람일 뿐인데, 왜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혼란스러워 해야 했을까? 착하게 살면 손해보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 에서도 그렇고, 악의 없는 착한 사람들이 착하고 순수하게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가혹하다.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고 개개인을 존중한다면 이런 선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슬픈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안타깝다. 


검사는 사십 세 전후의 조용한(만일 제가 미남이었다해도 그것은 소위 사악한 미모였음에 틀림없습니다만, 그 검사의 얼굴은 '올바른 미모' 라고 부르고 싶을만큼 총명하고 고요한 부분을 띠고 있었습니다.) 사람이었고 곰살맞은 인품이 아닌 것 같아서 저도 전혀 경계하지 않고 멍하니 진술하고 있었습니다. .... "진짜야?" (p.72.) 

- 검사에 대한 묘사와 캐릭터가 인상깊었다.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 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라 자네가 나를 매장하는 거겠지.'

(p.92)

 - 내가 생각한 구조적인 문제의 핵심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세상의 법칙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생각을 억압하고 침해하는 폭력이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p.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