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Log

임희영 첼로 리사이틀

sleepiggy 2017. 8. 6. 21:21

로테르담 필하모닉에서 수석 첼리스트 자리에 계신 임희영 님의 재능기부로 진행된 연주회.


이전에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오케스트라를 관람할 때 수석 첼리스트가 한국의 젊은 여성분이라는 말을 듣고 연주 내내 유독 눈길이 많이갔던 분이였는데, 이번에 독주회까지 보게 되어 영광이였다.

게다가 첼로 독주회로 첼로의 소리만을 온전히 들을 수 있는 기회라 무척 기대되었다.


오케스트라 연주때 보았던 임희영 님은 검은 드레스에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으로 계시고 인사도 목례로 아주 짧게 하시는것을 보고는 약간 까칠한 분이신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공연을 보고 180도 생각이 바뀌었다.


일단 화려한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입장을 하는 모습에서부터 저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였다. 재능기부로 열린 독주회였는데, 중간중간 직접 해설도 해 주시면서 웃어주시고, 즐겁고 편하게 감상해 달라고 하시는것을 보니 너무나 친근하고 푸근한 이미지 였다. 곡 해설을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으셨던거 같아서 약간 버벅이고 정제되지 않고 아는 대로 말씀을 해 주시는 느낌이였는데, 실력이 있는 분이 그러니 오히려 귀여워 보이고 불필요하게 무게를 잡지 않는 느낌이라 더 좋았다. 


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공연들을 보러갈 때 마다 놀라게 되는 것은 프로그램의 구성도 한 몫 한다. 금난새 지휘자님과 서울예고의 공연에서는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는 듯 하면서 관객에게도 은근슬쩍 흘려주듯 클래식을 감상하는 방법과 클래식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셨었다. 이번 독주회에서도 내심 밋밋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연주자가 직접 해설도 해 주고 중간에는 인터뷰까지 진행하여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첼로를 시작한 계기를 집에 있는 첼로를 친구에게 준다길래 뺏기기 싫어서 시작했다는 귀여운 이야기를 하셔서 기분이 발랄해졌다..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현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크고 힘든 일인지 느끼고 있는데, 9분여 되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는 내 팔이 다 아픈것 같았다.. 그렇게 힘들텐데도 음악에 몰입하여 첼로와 혼연일체가 되어 온몸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 열정적이였다. 이전에는 몸과 머리를 흔들어가며 연주를 하는 것이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의 일종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멜로디에 몰입하면서 나오는 모습인 것 같다. 그리고 연주란 단지 악기의 소리를 내는것이 아니라 그 곡을 느끼고 악기를 통해 표현하는 행위인 것 같다. 


모든 일에는 충분한 체력이 뒤따라줘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 


사실 공연 내내 실수가 없지는 않았지만 1시간가량의 독주회를 하면서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것은 가히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연주회를 들으면서 '어 저 연주자 여기서 실수했네. 별로네.' 라고 하는것은 연주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의 오만이고 관객의 거만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하게 연주를 하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지만 연주회는 테크닉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을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장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보다 큰 그림을 보고 감상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현악기의 특성상 음이탈이나 현을 잘못 짚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리기 때문에 더 예민하고 어려운 악기라고 생각한다.


9곡 중에 대부분을 피아노와 함께 연주했는데, 피아노를 연주하던 노예진 님도 에너지가 대단했다. 멜로디가 빨라지거나 흥겨워 질때면 어깨를 들썩이고 고개를 흔들면서 연주하는 그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피아노의 어떤 멜로디가 끝날때 피아노를 쾅 친 뒤 왼손을 떼고 턱의 땀을 닦는듯한 손짓도 재밌었다. 

두 여성연주자가 악기와 혼연일체가 되어 내뿜는 열정은 공연장을 꽉 채울만큼 어마어마하고 멋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연주는 쇼팽의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Introduction and Polonaise Brilliant)" 였다. 피아노 작곡의 정점에 있는 쇼팽이 작곡한 몇 안되는 현악 곡중 하나인데, 피아노와 첼로의 조화가 환상적이였고, 멜로디도 아름다웠다.

나는 피아노에 좀 더 마음이 끌리는 편인 것 같다.. 

피아졸라의 그랑탱고는 꽤나 흥미로웠다. 춤곡을 클래식화 시킨 사람이 피아졸라 라는데, 탱고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 클래식의 느낌도 담고있다. 

첼로는 중후한듯 경쾌하고 진지한듯 친근한 악기인것 같다. 음역대가 다양한 것도 엄청난 장점 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주가 감동에 벅차 주체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니였다. 나는 멜로디컬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좋아하는데, 첼로곡 중에 엄청나게 서정적인 곡이 잘 없는 듯 하다. 자리가 좀 멀어서 몰입을 덜 해서 그랬을까.. 싶어 다음 독주회때는 무조건 앞자리에서 들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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