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Log

조성진 리사이틀 (독주회)

sleepiggy 2017. 5. 9. 00:08

우연히 좋은 기회로 쇼팽 콩쿨에서 1위를 한 조성진의 독주회에 다녀왔다. 


압도적이였다. 아름다운 선율이였다. 저절로 숨을 죽이고 몰입하게 되었다.

클래식, 피아노에는 문외한인데 갑자기 생긴 기회라 뭔갈 알고 갈 틈도 없어 열심히 팜플렛에 있는 글을 읽었다.


2 부로 진행 되었는데, 1부는 드뷔시, 2부는 쇼팽이였다.

개인적으로는 드뷔시가 더 단조롭고 서정적이라 좋았다. 쇼팽은 좀 더 치밀하고 풍부한 느낌이였다. 


1부 시작인 드뷔시의 '어린이의 세계' 부터 피아노가 줄 수 있는 표현력에 감탄했다. 어릴때부터 수없이 접했던 악기인데, 이 악기의 선율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이런 울림을 가지고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팜플렛에 묘사되어 있는 장면이 연주에 너무나 잘 녹아있어서 무대가 온통 그 장면으로 가득찬 느낌이였다. 영화에서 묘사하듯 피아노만 남기고 그 이외의 모든 배경이 바뀌어버린 것만 같은 순간이였다. 어린아이를 보는것 같았고, 코끼리가 걸어다니는게 눈 앞에 그려졌고, 어릿광대가 사뿐걸음 걷는 것이 느껴졌다. 한 장면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건 어떤 재능일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에피소드 2의 '달빛' 은 익숙한 곡이였다. 오히려 빠르고 파워풀한 곡보다 더 무대를 압도했다. 내 인생과 삶이 스쳐갔다. 이런 음악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고 싶고 더 좋은 것을 누리고 싶다는 순수한 욕심이 생겨났다. 그 곡을 들을 때 만큼은 마음이 풍부해지고 삶이 환희로 가득찬 느낌이였다. 


음악 자체도 자체 였지만 조성진의 흡입력이 대단했다. 연주가 시작 되는 순간 그 스스로가 곡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아 보였다. 멜로디에 따라 변하는 표정과 몸의 움직임, 가끔 내뱉는 씩씩 거리는 숨소리, 페달을 밟는 발까지 모든것이 하나의 총체로서 곡과 함께 존재했다. (연주하는 손을 너무 보고싶었는데, 그것이 제일아쉬울 따름이다.) 


피아노 연주란 새삼 작곡가와 연주자와의 교감 이라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작곡가는 곡을 쓸 때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장면을 떠올렸을 것이고, 그것을 위해 수많은 음표와 음악기호들을 그렸으리라. 그렇게 완성된 것이 하나의 곡이고, 그것을 다시장면으로서 재현해 내는 것이 연주자 인것 같다. 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팜플렛에 있는 설명대로 장면을 그리면서 연주를 들었다. 그렇게 들으니 멜로디가 살짝 바뀌거나 분위기가 바뀔 때에는  다른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 장면에만 갇히게 되길래 후반부에는 설명없이 연주를 먼저 듣고 그 연주는 어떤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 졌을까 생각하니 또 다른맛이 느껴졌다. 


피아노 독주는 처음이라 피아노 독주 자체의 감흥이 큰 건지 그게 조성진이였기 때문에 감흥이 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에 큰 활력이 되고, 말 그대로 영혼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였다. 마음이 벅찬 느낌. 감동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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